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방안 방침을 확정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 규모는 KB국민은행의 1조원을 포함해 최소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사회의 승인이 마무리되면 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개별 투자자들과 실제 배상 비율 관련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본격적으로 배상 실무 단계로 전환되는 셈이다.
신한은행 이사들은 금감원의 기준안 발표 이후 사전 간담회를 통해 배상 관련 사항을 공유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진행한 H지수 ELS 판매 계좌 8만여개 대상 전수조사를 이번주 초중반 마무리한다. KB국민은행이 조사 결과에 기반한 자율배상 절차를 확정 짓기 위해 이달 내 임시 이사회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NH농협은행은 오는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H지수 ELS 자율배상안을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 22일 이사회를 마친 후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금감원의 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저마다 이사회를 열어 H지수 ELS 배상안을 논의하는 것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한다는 뜻이다. 추정한 배상 규모를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6개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모두 10조483억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을 손실액 5조242억원으로 추정하고 평균 배상비율 예상치인 40%를 적용하면 은행권 배상 규모는 2조97억원 정도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안 확정에 속도를 내는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예정된 분쟁조정위원회 등 조정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은행이 자율배상에 나서지 않으면 과징금 등 금감원의 행정 제재가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음달 총선 전에 자율배상안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라며 "이왕 배상할 거라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확정을 지어야 당국의 제재 결정에 반영된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22일 자율배상을 먼저 결정한 것이 은행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상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맞지만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분쟁조정안 수용을 결정한 것 역시 은행들의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