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제히 이사회 구성 다변화와 기능 실질화에 나서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30% 안팎으로 높여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고 전체 사외이사 수를 늘려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27명의 임기가 이번 달 만료된다.
금융지주들은 연임 한도(KB금융은 최장 5년, 나머지는 6년)를 채웠거나 스스로 사임하는 일부 사외이사의 후임을 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비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기존 6명인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퇴임하는 송수영 사외이사를 대신해 박선영 동국대 교수, 이은주 서울대 교수를 신임 여성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여성은 1명에서 2명으로 여성 비율은 16.7%에서 28.6%로 높아진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은행도 최윤정 연세대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추가 영입해 그동안 4명의 남성으로만 이뤄졌던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임 사외이사 증원은 우리금융 규모에 걸맞은 적정한 이사 숫자를 고려했으며 이사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며 "이사회 구성 변경으로 전문 분야, 성별 등 다양성이 더욱 확장된 만큼 우리금융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퇴임하는 김홍진·양동훈·허윤 사외이사 대신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이재민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윤 전 부사장이 여성이다.
하나금융도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1명에서 2명으로 증가해 여성 비율이 12.5%에서 22.2%로 상승하게 됐다.
신한금융도 사외이사 수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되 여성 수를 한 명 더 늘리는 추천안을 발표했다.
이어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이번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최종 선임되면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이사가 3명(33.3%)으로 늘어나게 된다.
KB금융은 이미 사외이사 7명 가운데 3명(42.9%)이 여성이다. 농협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2명(28.6%)이 여성이며 이달 주총에선 멤버 변동 없이 사외이사 수와 여성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거나 전체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12일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통해 각 사에 권고하는 30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앞서 당국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여성 이사 비중이 30~50%대에 달하고 이사 수도 두 자릿수가 일반적이라며 주요 금융지주들과 은행게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 경영학 교수가 금융업 분야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고 금융그룹과의 이해관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핀테크 흐름 속에서 향후 정보기술 전문가 비중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진 교수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