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의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제시한 자사주 소각과 현금 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한다고 16일 밝혔다.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는 안건은 현금 배당 건이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하겠다고 했다.
이에 반해 시티오브런던 등 펀드는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을 배당하라고 했다.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액보다 각각 76.5%, 75.0% 증액된 규모다.
이들 펀드가 제안한 자사주 매입 건이 주총을 통과할지도 주목된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 방침을 세운 뒤 올해 자사주 3분의1을 소각(보통주 781만주·우선주 16만주)하기로 했지만 이들 펀드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다른 기업들에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얼라인 파트너스는 최근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7대 금융지주에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주주 서한을 송부했다.
얼라인 파트너스는 지난해 국내 은행 주주환원율이 해외 대비 너무 낮다며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 하라고도 했다.
2020년 10곳 정도에 불과했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 국내 기업은 2021년 27곳, 2022년 49곳, 지난해 73곳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정부가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행동주의 펀드에 호응하면서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2022년 29%였던 주주환원율을 3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도 4조762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지난 8일까지 3조3148억원어치의 물량을 소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사례처럼 행동주의 펀드들이 뭉쳐 한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팩 전략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무리한 주가 부양이 자칫 기업의 성장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