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현대·기아차 등 저PBR 종목들에 투자하면서 코스피가 상승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4조45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말 25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이달 외국인과 기관 등의 투자를 등에 업고 2600 선을 넘어섰다.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74p(0.41%) 상승해 2620.32에 거래가 마감됐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개념이다. 이 수치가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해당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분석된다.
외국인들이 이달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은 현대차로 8일 기준 매수액은 모두 1조2520억원이다. 지난해 현대차 실적은 좋았지만 주가는 변동이 없어 저평가주로 분류됐다.
이 외에도 외국인들은 PBR 1배 미만인 △기아(3244억원) △삼성물산(2366억원) △KB금융(2225억원) △하나금융지주(1806억 원) △SK스퀘어(1426억 원) 등의 주식을 매수했다. 해당 종목들이 최근 10% 이상 올라 코스피 상승 장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이 코스피 저평가주를 매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세운 정책으로 이달 안에 세부 방안이 발표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시행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기업가치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이끌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저 PBR 투자 열풍을 이끌었다고 풀이된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단순히 PBR이 낮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주가가 낮은 이유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밸류 트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밸류트랩은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해 돈이 묶이는 상황을 말한다. 저평가된 가치주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부실한 종목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PBR이 1배 미만이었으면서 해당 연도 수익률이 코스피를 밑돌았던 밸류 트랩 기업이 평균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 1배 미만 기업 가운데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도 평균 54%다.
운송기업 한진의 PBR은 0.28배로 매우 낮지만 분석 기간 가운데 18년동안 수익도 코스피 성과보다 낮았다. 교보증권은 15년, 태광산업과 휴스틸·KCC 등도 14년동안 수익률이 저조했다.
투자 종목을 정할 때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개념으로 자기자본을 이용해 기업이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달 안으로 정부가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파격적 정책을 통해 기업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매수했던 주식들의 가치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PBR 종목 위주로 신용거래가 증가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어나는 등 과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아직 갚지 않은 돈이다. 융자 잔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차입 투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 금액은 9조6804억원”이라며 “지난해 말 9조166억원 대비 7.36% 증가한 수치로 투자 과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