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입장에서 ETF와 ETN은 기초자산의 가격(주가지수·원유선물가격 등) 움직임에 따라 투자성과가 결정되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유사한 상품이다.
간단히 ETF는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한 금융상품이고, ETN은 증권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거래소에 상장해 거래하는 금융상품이다.
많은 설명 자료들은 두 상품의 차이점으로 상품의 만기, 기초자산, 금융상품의 운용주체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모두 맞는 설명이다. 그런데 실제로 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차이점은 바로 신용위험과 투자성과의 불확실성 두 가지 문제다.
신용위험은 투자자 입장에서 운용 주체의 부실화로 투자원금과 수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지 못할 위험이다.
ETF는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사가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상품으로 투자자의 자금은 수탁은행에 별도 보관돼 있으며, 운용사가 파산하는 등 신용위험이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신용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
운용하는 투자자산(예 개별종목) 가운데 하나에 부도가 발생하면 운용 손실이 발생하지만 운용사가 투자자산을 별도 관리한다고 보면 투자자산의 문제는 투자자에게 신용위험보다는 시장위험으로 여겨진다.
반면 ETN은 신용위험이 있는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상품이므로 발행한 증권사가 부실화되면 투자자에게 바로 손실로 직결된다.
특히 투자자산에서 투자수익이 발생했더라도 원금과 수익 전체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ETN을 발행하는 대형 증권회사의 신용위험을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투자한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대형 증권사로부터 제반 자료를 보고 받고 점검하는 시스템에 신뢰를 보내 사실상 신용위험이 없다고 여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에서 ETF와 ETN 상품에 대한 신용위험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예를 들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등의 부실 확대로 증권사의 신용등급 하락이나 파산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ETN에 내재된 신용위험을 실감할 것이다. ETF와 ETN 사이에는 엄청난 신용위험 차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차이점은 투자성과의 불확실성으로 의미 있게 봐야 한다. 투자성과의 불확실성은 수익의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BM)와의 차이이므로 추적오차라고도 표현한다.
투자수익의 불확실성은 역사가 있다. 투자자들이 과거에는 투자전문가들에게 운용전략과 운용 경쟁력에 근거한 추가수익, 즉 알파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운용전문가를 제외한다면 의미있는 알파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한 두 번 이상 실망한 투자자들은 추가 알파보다는 산업이나 시장의 움직임에 의한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 상품(베타상품)인 인덱스펀드 투자를 확대했다. 기관투자자만이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인덱스펀드 투자 확대는 전문가들의 운용능력보다는 시장수익률에 투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후 펀드는 추가 수익이라는 성과를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원하는 투자를 대행하는 일종의 수단이 됐다. 추가 수익의 가능성보다는 회사의 브랜드와 낮은 비용이 경쟁력이 됐다. 펀드가 상장된 ETF도 매한가지였다.
ETN은 소위 추적오차를 제로로 만든 상품으로 설계됐다.
발행사의 파산위험, 즉 신용위험을 문제를 제외하면 ETN은 이제 추적오차 조차도 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상품이 됐다. 투자자들은 추적오차의 위험을 줄인 것을 신용위험의 존재 보다 더 크게 인식했다.
ETN을 발행한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손익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자산의 포지션을 설정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유가 투자대상이라면 원유선물 포지션을 보유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ETN 발행사의 포지션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원칙적으로 없다. 예를 들어 국채에 대한 ETN을 발행했는데, 국채 대신에 통안채를 보유하거나 혹은 적절하게 매칭되는 자산이 없더라도 투자자의 투자 성과와 원칙적으로 관련이 없을 수 있다.
발행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성과를 제공하는 산식을 제공하고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국채를 투자한다고 했을 때의 투자기간 중 성과가 3.2%라면 3.2%의 성과를 받는다. 발행사가 통안채를 보유했던 혹은 별도의 포지션이 없었다 하더라도 투자 성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ETN 발행사가 무리하게 기초자산의 가격위험을 추가적으로 부담할 이유가 없으며 기초자산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발행사는 기초자산의 유동성이나 헤지 비용을 감안하여 상관관계가 높은 다른 자산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ETN과 ETF의 성과는 차이가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항상 사고가 발생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20년 5월 원유가격이 마이너스를 보였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20년 5월에 만기가 6월인 원유선물은 만기일 하루 전에 -37달러를 보였다. 참고로 이 날은 원유미니선물의 만기일이었다.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대응에 따라 투자자들과 다툼이 발생한다. ETN은 성과가 부진하다는 민원은 있으나 운용성과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는 없다.
비교하자면 파생결합증권인 ELS의 경우가 ETN과 같다. 기초자산의 가격 하락에 대한 손실이 많고 불완전판매라는 다툼은 있다. 그러나 사전에 제시한 손익과 제공하는 수익의 차이인 추적오차, 실적의 불확실성에 대한 다툼은 없다.
금융시장에서 다양한 인덱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ETF와 ETN은 유사한 상품이지만 차이가 있다. 투자자는 신용위험과 투자손익의 불확실성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 신동국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