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입장에서 펀드와 ETF는 경제적 효과가 사실상 동일하다.
펀드는 2명 이상의 투자자가 투자금을 판매사를 통해 수탁은행에 납부하면 운용사가 운용전략에 따라 운용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운용사는 운용의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것이지, 운용의 성과가 운용사의 손익에 직접 귀속되지 않는다. 운용의 결과에 따른 투자 성과는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ETF는 투자자가 위탁계좌를 이용해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상장상품을 중개회사를 통해 매입하고 매각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투자의 창구로 증권사를 이용한다면, 펀드를 가입할 때는 증권사가 판매사 지위인 반면 ETF를 매입하면 중개회사 역할을 한다.
투자자는 운용사의 운용 전문성과 성과를 기대하고 투자한다. 하지만 투자 결과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운용사가 선관의무를 다하고 적법하게 투자 의사결정을 했다면 투자결과는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이 감당할 몫이 된다. 투자자는 손실을 야기한 운용사의 전문성에 실망하고 더 전문성 높은 운용사를 찾는 것이 대안이다.
투자자가 ETF를 매입하는 경우에도 마치 하나의 주식에 투자한 것과 비슷하게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 스스로 자기책임으로 오롯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투자 손실에도 그 ETF를 그대로 보유하거나 빠르게 다른 ETF로 교체매매할 수 있다.
현실에서 투자자는 인덱스펀드에 가입하거나 ETF를 매매를 검토할 때 동일한 경제적 행위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이 있는 투자자는 ETF가 비용도 저렴하고 실시간 거래를 할 수 있어 더 유용하고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의 경우는 인덱스펀드가 더 적합하다.
투자자는 미래가격을 거래하는 펀드보다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를 선호한다.
펀드는 투자자가 실시간이 아닌 미래가격으로 거래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투자자가 판매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 운용사가 실시간으로 가입 현황을 파악해 대응하기 어려워 투자자는 미래가격으로 펀드에 가입하고 환매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월요일에 판매사에 가서 펀드를 구입할 때 수요일 기준가격으로 매입한다. 펀드의 수요일 기준가격은 운용사가 화요일에 포지션을 조정하고 화요일 종가로 평가한 가격이다. 물론 제한적으로 월요일 종가 가격으로 평가하는 화요일 기준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가입할 수는 없다.
투자자가 펀드를 환매하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제도상, 그리고 현실적으로 투자자는 미래가격으로 환매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가 미래가격으로 거래하다 보니 투자손익에서 다양한 결과에 처한다.
월요일 시장이 급락해 가입했는데 급등한 화요일 종가로 매입할 때가 있다. 물론 화요일에 추가 급락해 기대보다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전자만 기억하고 후자는 잊는다.
이론적으로 투자자는 매매시점을 맞출 수 없다. 만약 맞출 수 있다면 왜 투자자들이 투자손실을 보겠는가. 그래서 펀드의 이러한 미래가격의 거래가 투자자의 투자손실을 야기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매매시점을 결정한 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가격이 급락할 때 사고, 가격이 급등할 때 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설사 선택의 결과가 최선이 아니라 하더라도 스스로 결정했으니 결과를 수용하기 쉽다.
이런 측면에서 거래소에 상장해 거래하는 펀드인 ETF가 투자자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한 금융투자상품이다 . 투자자는 스스로 매매시점을 결정하고 투자 성과에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는 운용 부담이 현저히 감소하며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인덱스펀드는 벤치마크가 있다. 추종해야할 기준 수익률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모펀드의 경우 펀드 가입자가 있으면 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펀드에 대해 일부 환매가 발생하면 부분적으로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펀드가 100억원 규모인데 2억원의 신규 가입이 있으면 펀드는 2억원 규모를 추가 매입하고, 만약 3억원 환매가 발생하면 운용사는 펀드 투자 규모를 3억원 줄여야 한다.
ETF는 상장된 펀드를 투자자들 상호간에 매매하기에 운용사가 포지션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운용사가 인덱스펀드가 아닌 ETF를 운용하면 개인 고객들의 가입이나 환매에 따른 매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주식시장에서 ETF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팔고, 다른 투자자가 매입하는 거래가 발생하지만 이것이 직접 운용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운용사는 인덱스펀드보다 ETF가 운용 부담이 현저히 적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인덱스펀드를 개발하고 ETF로 상장하려는 유인이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 운용보수는 인덱스펀드가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적은 비용으로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려면 ETF가 적절할 수 있다. 투자의 전문성에 따른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판매사는 불완전판매의 위험이 줄어든다. 그리고 판매보수도 사라진다.
금융시장에서 판매사를 괴롭히는 것은 불완전판매 위험이다. 제도 보완을 통해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의 위험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투자 시점이 아니라 투자결과를 접하는 과정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와의 갈등은 항상 발생한다.
투자자는 펀드 가입을 위해 정확한 확인을 못했고 어쩔 수없이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판매사는 필요한 수준의 위험을 고지했다고 항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면에서 ETF는 판매사에게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의 위험을 줄여준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펀드만이 투자자의 가입과정에서 판매하는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다.
ETF는 금융투자상품을 소개하고 투자자가 직접 매입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판매사가 아닌 중개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판매보수, 판매수수료가 아닌 중개수수료가 발생하고 금융투자상품 판매자로의 역할이 감소하게 된다. 그 만큼 판매보수도 사라진다.
■ 신동국 논설위원·경제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