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은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 전자상거래업체의 낮은 신용등급을 인지하고도 큐텐 계열사 관련 선정산 대출액을 3년간 22배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말 SC제일은행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7억원으로 집계됐다. 큐텐 계열사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1억5000만원으로 비중이 99%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의 큐텐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46억80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2배 이상 불었으며 7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이 281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7배 폭증했다.
SC제일은행은 큐텐 계열사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선정산 대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의원실 측 설명이다.
SC제일은행은 티몬에 대한 선정산 대출 시행 초기던 2021년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데이터(KED) 신용평가를 참고해 대출을 내줬는데, 나이스는 티몬에 대해 B+, KED는 CCC+라는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나이스의 B등급은 '경제 여건 및 환경 악화 시 거래안전성 저하 가능성이 높다', KED의 CCC+는 '채무불이행 위험 높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대부분의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업력, 업체 현황, 점유율, 정산주기, 매출채권 양도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티몬월드에 입점한 한 셀러는 "SC제일은행이 원칙대로 대출 한도를 줄였더라면 피해금액이 줄었을 것"이라며 "셀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선정산 대출 금액을 과도하게 늘려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한도가 늘어난 것은 매출이 늘어 증액이 필요하다는 판매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 당행의 의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