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들 사옥 담보 대출 등 4월 위기설 제기
최근 국내 도급 순위 상위 건설사들이 펀드 조성,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19일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도급 순위 5위인 GS건설은 올해 초 증권사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GS건설은 지난해 2월과 3월에도 증권사로부터 3000억원 규모 대출을 받았는데 해당 대출을 만기 상환한 뒤 연달아 다시 대출을 일으켰다. 특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의 근로자 임금 지급 등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증권 업계에선 현금 보유액이 많은 도급 순위 10위권 내 건설사가 고금리 증권사 대출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부동산 시장 여건 악화가 계속되면서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도 유동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KCC건설은 지난달 서울 강남에 있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잡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보증받았다. KCC건설은 이를 통해 625억원의 담보부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이다.
해당 사옥은 이미 1500억원 규모의 담보권이 설정돼 있다. 사옥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KCC가 사옥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이유로 PF사업장 부실로 인한 자체 현금 흐름 악화로 보고 있다.
도급 순위 32위인 신세계건설도 14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 레저사업을 1800억원에 조선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953%인 부채 비율을 400%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보충했다. 신세계건설의 주택 사업은 대구 지역 분양률이 20% 미만을 나타내는 등 미분양이 지속되면서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4분기(10∼12월) 해외 현장 공사대금, 대여금 회수 등을 통해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건설도 금융사를 통해 2조3000억원의 PF 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에 나섰다. 시중은행과 증권사, 계열사 등이 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형태다.
건설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더 깊고 길어서다. 고금리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악재까지 겹쳐 건설사들은 돈줄이 마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한 102곳 가운데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답변이 38.3%나 됐다. 양호라는 응답 18.6%의 두 배가 넘는다.
이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 질문에 응답 기업의 76.4%가 "현재 기준금리(3.5%)에선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건설사 10곳 가운데 8곳이 현재 금리 상황에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답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일각에선 4월 위기설까지 나온다. 올해 들어 15일까지 부도가 난 건설사는 5곳, 폐업한 건설사는 18일까지 565곳이다. 2021년 같은 기간 폐업 업체가 361곳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건설업계가 한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 기한 연장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