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이어 내놓은 신제품 일체형 세탁건조기로 가전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은 단독 건조기 수준 못지않은 성능을 앞세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고 LG는 프리미엄 라인에 이은 일반형 제품까지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11일 삼성전자는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비스포크 AI 콤보의 개발 배경과 강점 등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체형 제품인 비스포크 AI 콤보를 선보였다.
기존 삼성전자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뜨거운 열로 말리는 고온히터 방식이라 옷감이 많이 상하고 전기 사용량도 컸다.
최근 나온 세탁건조기는 기존의 단독 건조기처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냉매 순환을 통해 공기의 온도·습도를 변화시켜 옷감의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다.
건조한 공기가 드럼 안을 돌며 빨래를 말리고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는 열교환기를 통해 제습이 이뤄진다. 저온 제습 방식이라 건조도 잘되고 옷감이 상할 우려도 적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한 해에 국내 가전 시장에서 팔리는 드럼세탁기는 100만대, 건조기는 83만대 수준이지만 건조기 보급률은 30%에 그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따로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업계는 공간 효율성을 높인 일체형 제품이 나온 만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비스포크 AI 콤보가 출시 3일만에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고 지난 7일 기준 누적 3000대를 넘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설계 공간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이라 단독 건조기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빨래가 다량 나온다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쓰는 게 더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동일한 건조 성능을 구현했다. 세탁용량 25㎏, 건조용량 15㎏으로 일체형 제품 가운데 국내 최대 건조 용량을 갖췄다. 셔츠 17장에 해당하는 3㎏ 분량을 99분 만에 세탁하고 말릴 수 있다.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하부에 있던 히트펌프를 상부로 올리고 자동세제함을 하부로 내리면서 구조를 완전히 뒤바꿨다"며 "열교환기를 단독 건조기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도 콤팩트하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말했다.
경쟁사 LG전자도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출시했다.
세탁과 건조 용량은 각각 25㎏, 13㎏이다. 제품 하단에는 섬세한 의류나 기능성 의류, 속옷, 아이옷 등을 분리 세탁할 수 있는 4㎏ 용량의 미니워시가 탑재됐다.
양사의 경쟁은 다음달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가격을 낮춘 일반형 제품까지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먼저 일반형 세탁건조기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일반형 라인업을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선보인 세탁건조기를 이달 미국 시장에도 출시하고 2분기 내에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체로 판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무형 부사장은 "세탁·건조기 일체형 콤보 시장이 향후 20~30% 성장할 것"이라며 "국내 건조기 보급률이 30%에 그치는데 삼성전자 신제품이 신규 수요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