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은 잇단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조정에 나선 반면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낮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 배터리 소재업체 대다수가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 조정에 들어갔다.
반면 중국 소재 기업들은 분기마다 흑자를 쌓으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배터리 소재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이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양극재 국내 1위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에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됐다. 이로 인해 포항 신규 공장 준공 일정을 2년 늦추기로 했다.
음극재 분야에서는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 포스코퓨처엠이 3분기 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생산라인 가동률이 30% 이하로 급락했다.
전 세계 음극재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한국은 포스코퓨처엠 한 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9곳은 모두 중국 업체들로 채워져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낮은 가격 정책이다.
중국은 단가·인건비·환경 관리 비용을 낮춘 덕에 한국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음극재는 1㎏당 4~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배터리 제조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중국산 음극재 비중을 대폭 확대하며 국내 업체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 소재 산업에 현금 보조금, 저금리 대출, 토지 지원 등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정책 지원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경쟁력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도산하면 중국이 시장 가격을 대폭 인상하며 '시장 독점' 상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전력 요금 감면 △세제 혜택 △구매 보조금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