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를 투입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1일 AFP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ASML 본사가 위치한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통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25억 유로를 투입한다.
에인트호번을 지나는 두 고속도로(A2·N2) 확장, 에인트호번 중앙역 확장 공사, 주거 지역인 에인트호번·펠트호번을 오가는 직행 버스 증편, 4만5000가구였던 종전 주택 공급 계획에 2만가구 추가, 지역 고등학교와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를 신설한다.
조만간 법인세 인하, 세금 감면 등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엔 지난해 11월 우파 정부가 들어서며 반이민정책과 적대적인 세금 제도로 고급 외국 인력 수급이 어려워졌다. ASML 본사 직원 2만3000명 가운데 40%는 외국인이다.
지난 1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을 위해선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며 "그들을 데려올 수 없다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ASML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제조사들은 초미세 공정에 100% ASML 장비를 쓴다.
매출 기준 네덜란드 9위 기업이다. 지난해 총매출은 276억유로, 낸 세금이 25억7300만유로에 달한다. 정부가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 이 회사를 자국에 붙잡아두려는 이유다.
ASML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이 의회의 지지를 받는다면 우리 경영 환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업 확장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