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률 추이 그래프
▲ 자살률 추이 그래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깊은 상처를 드러냈다. 40대 연령대에서 자살이 암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와 개인들의 고통을 반영하는 무거운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숨진 사람은 1만4872명으로 전년보다 894명(6.4%)증가했다.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도 29.1명으로 같은 기간 1.8명(6.6%) 늘어나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 평균 자살 사망자는 40.6명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한국의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2022년)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 한국은 26.2명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이는 OECD 평균(10.8명)의 2.4배에 달한다.

연령표준화(standardized) 자살률은 각국 자살률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도록 연령대별 인구 비중을 보정해 산출한 수치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 회자되고 있었던 것은 한해 두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정을 책임지고 국가를 받쳐주며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해야 하는 40대의 자살률이 1위로 올라선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40대는 자녀 양육·직장 내 중책·노부모 부양 등 여러 역할을 한꺼번에 짊어지는 시기다. 겉으로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압박과 불안이 가장 큰 연령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죽음으로의 퇴로'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개인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률이 암보다 높다는 사실은 단순한 의료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문제다. 암은 의학과 과학의 발전을 통해 극복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자살은 사회 전체의 문화, 제도, 그리고 인간 관계망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통계는 곧 우리가 만들어 온 사회의 모습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행복할 권리'를 돌려주는 일이다. 행복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보장해야 할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제도적 안전망 강화와 정신 건강 지원 체계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과 회복'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작은 말 한마디, 주변 사람의 어려움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태도, 그리고 개인이 삶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 홍수자 세이프머니 문화예술전문위원
▲ 홍수자 세이프머니 문화예술전문위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결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진정한 행복은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피어난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과와 경쟁이 아니라, 더 많은 공감과 연대이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러나 그 어떤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내 곁에 있는 이들이 살아 있음을 축복하고, 그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지켜내는 일이다. 자살이 암보다 많은 사회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이제 행복을 사회의 중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오늘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명제가 너, 나, 우리에게 공감이 되고 연대가 되는 문장이 될 수 있도록, 그 소망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되어, 더 이상 누군가가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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