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계약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받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선수금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SK하이닉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선수금과 계약부채는 각각 575억원과 1조5855억원이었다.
계약부채는 선수금이나 반품부채를 일컫는 개념으로 거래 회사로부터 제품 공급 계약 이행 등을 조건으로 미리 받은 금액을 뜻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각각 4418억원, 2566억원이었던 선수금과 계약부채는 한 분기만에 이례적으로 급증해 1조3000억원이 넘었다.
계약부채 급증은 엔비디아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수주와 관련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HBM은 고성능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핵심 메모리 반도체로 일반 D램 제품을 여러 개 적층하는 첨단 설계가 적용된다.
HBM3E는 D램을 8단으로, 혹은 HBM3(4세대 HBM)에 4단을 추가로 더 적층한 12단 구조의 차세대 HBM이다. HBM은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고 이 사이에 전기 신호가 전달되게 하는 실리콘관통전극 공정이 추가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3E 생산능력(CAPA) 확장 등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받은 선수금이 지난해 4분기 계약부채 항목으로 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HBM 설비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로부터 HBM과 관련한 선수금을 지급받은 만큼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내 시장 지배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달 HBM3E 양산을 공식화 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선점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HBM3E의 공정 난이도가 상승하며 제조 과정에서 불량을 걸러내는 장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HBM 생산에 필요한 검사장비 등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뿐만 아니라 HBM3E를 포함한 CAPA가 현시점에서 솔드아웃 됐다"며 "2025년까지 시계열을 확대해 고객사와 기술 협업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