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한순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콩벌레와 공생하는 곰팡이에서 발견된 천연 항신경염증 물질 '허포트리콘 A·B·C'를 세계 최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허포트리콘 천연물은 콩벌레의 공생균인 허포트리시아 sp. SF09에서만 극미량으로 얻을 수 있는 물질로 다섯 개의 고리 구조인 6/6/6/6/3의 다중고리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이 물질은 뇌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항신경염증 효과가 우수하며 철분 매개 세포 사멸을 억제해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기전까지 확인돼 뇌 질환 치료용 약물로써의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한 교수 연구팀은 허포트리콘의 복잡한 구조를 연구실에서 화학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딜스-알더 반응이라는 화학 반응이 핵심이 됐는데, 이 반응은 두 개의 퍼즐 조각이 맞물려 하나의 고리를 만들듯, 탄소 기반 파트너끼리 결합을 만들어 육각고리 구조를 형성하게 해주는 반응이다. 

연구팀은 수소결합이라는 분자 사이의 약한 끌어당김 현상에 주목했고, 수소결합을 섬세하게 조절해 반응이 원하는 방향과 위치에서만 일어나도록 정교하게 유도해서 허포트리콘을 만들 수 있었다. 

허포트리콘을 만들기 위한 핵심 재료인 델리트파이론 C와 에폭시퀴놀 단량체라는 분자들이 어떤 구조를 가질 때 핵심 수소 결합이 가능한지도 정밀히 분석했다. 

한순규 교수는 "천연물 기반 항신경염증 치료제 개발과 해당 천연물군의 생합성 연구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