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망 'K-반도체' 장기 수혜 … 주가 단기 조정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AI 산업의 강력한 펀더멘털을 입증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일 "2026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치로,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에 이어 차세대 '루빈'까지 초도 물량이 사실상 완판되며 수요 증가세를 확인시켜 준 결과로 분석된다.
젠슨 황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AI 버블에 대한 많은 얘기가 있지만, 우리의 관점에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은 AI 인프라 시장이 향후 3~4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며 엔비디아가 그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AI 산업이 이미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단기적인 투자 심리는 'AI 거품론' 우려에 급격히 냉각됐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인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4000선에서 출발했으나 3860까지 밀려났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0만 전자 탈환 하루 만에 9만원대로 복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7% 넘게 급락하며 엔비디아 낙수효과를 반납했다.
이는 거시 경제적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압도한 결과로 분석된다.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주식 등 여러 시장에서 자산 평가가치가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고 경고하며 고평가 논란에 불을 지폈고, 글로벌 기술주 시장에서도 나스닥 종합지수가 장중 고점 대비 낙폭이 5%에 달하는 등 약세로 전환됐다.
국내 증시 전문가는 "엔비디아 상승분을 반납하는 하루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시 전반에 걸친 일간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인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완판 행진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인 국내 K-반도체 기업들의 장기적인 펀더멘털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가 블랙웰에서 루빈으로 옮겨가면서, 탑재되는 메모리도 HBM3E에서 HBM4로 세대교체될 전망이다. 루빈에는 HBM4 12단 제품이 8개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며, HBM4의 가격은 전작 대비 5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에 속도를 내며 HBM 시장 리더십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HBM4 공급 점유율이 최대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존 시장 리더십을 발판으로 루빈 플랫폼에 대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양사의 수혜는 HBM4 납품 시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상반기 실적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또, K-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장기적인 수요 확신을 구조적인 투자로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건설을 재개해 2028년 가동 목표로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수백조 원을 투입해 HBM 생산 능력을 최소 24배로 키울 계획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현재의 주가 조정은 거시 경제적 요인과 단기 심리에 기인한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완판으로 확인된 AI 산업의 강력한 성장은 HBM4라는 핵심 동력을 통해 K-반도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가 단기 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견고한 펀더멘털을 확보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